참여작가와 작품
ARTIST & ARTWORKS-
백정기 Jungki BEAK
한국, 1981 -
Title of work
메터리아 메디카: 키니스 -
Size
가변설치 -
Material
단채널 영상, 재, 유당, 유리병, 나무, 혼합재료
메터리아 메디카: 키니스
작품 Materia Medica: Cinis (2017)는 약을 제조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과 그 결과물인 알약으로 구성된다. 이 약의 원료는 화재 사고가 있었던 현장에서 채집한 '재' 이며, 이 재는 분쇄와 희석의 과정을 거쳐 작은 알약으로 탄생한다. 약의 제조방식은 동종요법(Homeopathy)의 원리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동종요법은 독으로 독을 치유한다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의 원리를 담고 있는데, 나는 이것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를 극복하는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화재 사고와 같은 개인 혹은 집단의 비극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망각되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모두 잊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망각은 잠시나마 상처를 축소하고 은폐하지만, 오히려 치유되지 못한 채로 남게 한다. 나는 화재 사고 현장에서 수집한 재로 약을 제조함으로써, 두려움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임을 얘기하고자 한다.
한쪽 벽에는 작은 알약들이 모여 있는 상자가 전시되어 있고 또 다른 편에는 그 알약을 제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투사되고 있습니다. 이 약은 무슨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일까요? 약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니, 이 약의 재료는 화재 사고 현장에서 채집한 ‘재’입니다. 화재 현장의 재를 원재료로 삼은 약을 통해서 당시 재난에 대한 악몽을 치유하려는 작가의 제안은 비장하기조차 합니다. 작가가 말하듯 그것은 ‘독으로 독을 치유한다’는 약의 제조 철학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합니다. 관람객은 ‘코로나를 이기기 위해 독소를 약화시킨 코로나 항원을 주사하는 코로나 백신’의 과정이 떠오를 텐데요. 치유는 망각과 거부가 아닌 기억과 수용으로 가능한 듯싶습니다.